[허리디스크 이겨내기] 대전우리병원과의 끈질긴 인연, FIMS 치료 받다

MRI 결과를 본 광주새우리병원과 서울정형외과 선생님 모두 수술을 권했고, 그리하여 수술을 하더라도 예전에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서 받는게 좋겠다 싶어서 아침 일찍 대전으로 향했다. 2011년 이후로 대전우리병원은 다시는 올 일이 없을거라 다짐했는데 인생은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집도하셨던 박철웅 대표원장님 앞으로 진료예약은 이미 마감된 상태라 오후에 무작정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병원이 이전하여 인테리어 등이 예전과 달라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눈에 들어온 풍경이 낯설었는데, 하긴 병원과 친숙해서 뭐가 좋겠나 싶었다. 서둘러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열심히 SNS에 아픈티를 팍팍 내고 있었는데, 예약 환자뿐만 아니라 대기 환자가 많아 내 이름이 호명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를 기억하실까?'

'하루에만 수십명씩 보시는데 모르는게 당연하지..'

'수술을 꼭 해야 한다고 하면 어쩌지....?'

'수술은 일단 보류하고 보존적인 치료부터 하면서 지켜보자고 하더라도 과연 직장에 복귀해서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난 과연 치과의사의 직업이 맞지 않는걸까...?'

등등 별의별 잡념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얽히며 나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

얼마 후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진료실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커다란 책상 위에 수직으로 세워 놓은 커다란 모니터에는 앞서 맡겼던 MRI 영상이 떠있었고,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원장님의 얼굴은 그닥 밝아보이지 않았다. 직감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게 일이 뜻과는 반대로 흐르겠다 싶어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아무래도 몇 년 전 나를 직접 치료해주신 분이고 그 누구보다 나의 상태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 어떤 말이 나올지 상당히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내 허리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요추5번-천추1번 사이 디스크가 또 흘러내려 신경을 상당히 누르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예전에는 내시경 수술로 접근했지만 이번에는 현미경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디스크를 싹 제거하고 위, 아래 척추뼈를 하나로 만드는 fusion 까지는 필요가 없고, 수술 자체도 어렵지는 않다고 했다.

수술이 어렵지 않다는 말에 안도는 되었지만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에 좌절감이 더 크게 밀려왔다. 마비가 있거나 아직 다리에 힘이 빠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참을 수 있다면 신경치료를 하며 지켜볼 수는 있지만, 만약 그러한 증상이 생길 경우 주저말고 수술을 해야 하니 지속적으로 상태를 잘 관찰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주 느꼈던 극심한 통증은 일단 진통제 덕분인지 아니면 증세가 호전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언제까지 약에 의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단 FIMS(투시경하 근육 신경 자극술)라는 치료를 받고 약물치료 후 일주일 뒤에 다시 보기로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허리에 맞는 주사는 정말 지긋지긋하고 그 공포는 아직도 적응이 안되었다. 차가운 방에 들어가 중앙에 떡하니 놓여 있는 시술대에 혁띠를 풀고 드러누워 등을 까놓고 허리로 바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다. 게다가 시술 중간에 아픈 부위를 타고 통증이 쫘~~~악 전해지는데,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사진출처: 대전우리병원

시술이 끝나고 회복실에 있는 침대에 누워 약 15분간 쉬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 고민에 빠졌다.

아까 점심 시간에 만났던 형의 이야기가 귀에서 멤돌았다.

"쉴 때 쉬고 치료 받을건 받아라. 디스크 터져서 신경을 그렇게 누르면 수술 해야지. 너 땜에 남들 힘들까봐 참고 그러다 전문의 따고 허리 병신 되면 뭐하냐. 그것도 몸이 건강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내 몸 내가 결정해야겠지만 참 쉽지가 않다. 수술은 잘 되었었는데 조금만 더 관리 잘하고 신경을 쓸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하여 약 2년 반만에 대전우리병원과의 결코 달갑지 않는 재회가 이뤄졌다.

2011.06.09 허리디스크 진단받음 & Epidural block - 진주의료원
2011.07.18 Epidural block - 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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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신경성형술 상담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02 신경성형술 시술 및 입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03 퇴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06 재입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11 퇴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11 입원, 요추 5번 - 천추 1번 허리디스크 수술 (내시경 고주파 디스크 제거술, i-PERA) - 대전우리병원
2011.08.12 퇴원 - 대전우리병원
2014.01.03 입원(약물치료) - 광주새우리병원
2014.01.04 퇴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4.01.07 FIMS - 대전우리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