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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이겨내기] 허리디스크 내시경 수술 후 두 달 경과

vegandent 2014. 1. 9. 21:24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지 두 달이 지났다. 극심한 고통으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8주가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단 한 문장으로 고통을 표현했지만, 누군가 그랬듯이 '신이 내린 저주'와도 같은 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_-;;;). 아무래도 큰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젖어 시간의 흐름에 무뎌진 탓이 클 것이다.

'허리디스크 극복하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실 나 자신을 위함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나 역시 수술을 앞두고 한 블로그의 자세한 디스크 수술 후기를 보고 힘을 얻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포탈에 허리디스크 혹은 디스크를 검색하면 온갖 병원의 광고성 글만 나올 뿐 내 글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의지가 다소 꺾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허리디스크라는 유입어로 블로그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고 심지어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소중한 댓글도 보고 힘을 얻게 되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수술 후 2달이 지난 지금은 나는....

(전문가의 의견이 아닌 개인의 경험에 바탕한 글이라는 점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수술 후 통증은?


저에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요추5번-천추1번이었습니다. Bulging, protrusion, extrusion, rupture의 단계가 있는데 저는 디스크가 파열(rupture)된 상태였고 튀어나온 수핵이 신경을 압박하여 왼쪽 허리부터 엉치, 허벅지, 종아리 그리고 발까지 증상이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수술을 선택하게 된 것은 통증도 통증이지만 발에 마비가 와서 새끼발가락이 벌어지지 않는 지경까지 되었기 때문입니다(관련글: 재입원, 그리고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

수술 후 통증(방사통)은 감쪽같이 없어졌지만, 한 달 후에도 새끼발가락은 펴지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병원에 다시 내원했는데(follow up), 감각이 돌아오려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걷기)과 스트레칭 덕분에 지금은 많이 벌어지네요. 정상인 오른쪽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지만 말이죠. ^^; 하지만 학교에 복귀하니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되고 원래는 없었던 오른쪽 부위에 약간 불편한 느낌이 생기려고 해서 조심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다행이 오전 수업만 있어 중간에 쉬는 시간에 잠깐 복도를 걸어다니는 식으로 운동을 해주면 이제는 연이어 앉아서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 같은 접이식 의자(?)는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극장에 갔다가 목이 삐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도 강당에서 극장 의자 같은 곳에 약 2시간 넘게 앉아 있었더니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더군요. 수술 후 6주까지는 수업을 서서 듣기도 했습니다. 앉은 자세가 서 있는 것보다 허리에 더 무리가 가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운동과 스트레칭은?


한 번 고생을 했더니 매우 소심해져 무리한 스트레칭을 하다 괜히 허리에 무리가 갈 것 같아 굉장히 조심했습니다. 스트레칭은 병원에서 추천해 준 동작을 위주로 했는데 개인의 상태에 적합한 운동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동작을 추천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하루에 최소 세 번은 하라고 했지만 스트레칭 자체가 고통스러워서 자주 하지는 못했습니다. 스트레칭 부분은 따로 한 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하면 아프기는 하지만 확실히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운동은 걷기만 했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집에서 밥먹고 바로 침대에 눕기 바빴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다가 허리가 더 약해질 것 같아 실내에서 걷기를 시작했고 자세한 기록은 이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외에서 걷기를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20분을 넘기지 않았지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갔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세 번씩 걷기도 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두 번으로 줄였고 하루에 한 번은 꼭 걷도록 노력했습니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하루에 50분~1시간 정도는 꾸준히 걷도록 하고 있고 어디 갈 때는 되도록 걸어서 다닙니다. 휴대폰 기록을 보니 거의 200km 남짓 걸었네요(오직 운동으로 걸은 것만 포함).
 


3. 수술 후 조심해야 하는 것은? 


허리디스크에 대해서 알아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관련글: 허리디스크, 요통에 좋은 책 추천). 제가 내린 결론은 수술은 최후에 내리는 수단이고, 수술했다고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심하고 신경 쓴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무거운 것 들지 않기 - 당연합니다. 저는 제 허리가 상체를 지탱하는 것도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너무 누워만 있는 것은 오히려 허리 근력을 약화시켜 좋지 않습니다. 근육에는 겉근육과 속근육이 있는데 자세유지근이라고 할 수 있는 속근육을 강화시켜 디스크에 가해지는 부담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칭 관련 글에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소개한 책에도 잘 나와 있으니 일독을 권합니다. 

* 살 빼기 - 비만은 허리디스크에 치명적입니다. 복부비만이라면 살을 빼야 합니다. 키에 따라 적정 체중은 다르지만 저는 수술 전 73kg이 넘었는데 현재는 65kg으로 약 8kg을 감량했습니다. 

* 식사습관 변화 - 이 부분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면서 육류를 꼬박꼬박 챙겨드시려는 분이 계실텐데, 이번에 공부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기왕에서 채식주의자(비건:)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상당히 많은 의사들이 기존의 그릇된 내용을 퍼뜨리고 그 체제를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바른자세 유지하기 - 말은 쉽지만 평소 어떤 자세를 유지하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면 금방 악화될 수 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설 때, 자리에 누울 때, 의자에 앉을 때, 자동차에 앉을 때, 서 있을 때, 잘 때, 걸을 때, 세수할 때 등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겠지만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모범적인 자세가 있고 그것을 따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자세한 그림과 설명이 담긴 굿바이 허리통증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내부 코르셋", "피드포워드", "중립자세" 등과 같은 개념을 가슴에 새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 금연, 금주 - 음주는 수술 후 회복을 더디게 하고 결과를 좋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도록 합니다. 흡연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허리에 흡연은 치명적입니다. 디스크는 내부에 수핵이라는 말랑말랑한 녀석이 있는데 흡연을 하게 되면 그곳에 수분이 빠져나가고 퇴행이 일어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4. 수술 후 불편했던 점은?


수술 후 처음에는 화장실 가는 것이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허리보호대를 착용하고 어떻게 대변을 볼까하는 문제 때문에 병원에 전화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보호대를 풀어도 되느냐고 말이죠. 누워 있을 때 빼고는 착용하라는 말에 결국 착용을 한 상태로 화장실에 갔는데 나중에 묻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도 되고 불편했습니다. -_-;;

몸의 유연성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습니다. 옷을 갈아 입는 것도 누워서 했고 운동하러 가기 위해 양말과 신발을 신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장 차림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수술을 받고 통증은 사라졌으나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고 절뚝거렸습니다. 아픈 것은 전혀 없었는데 전에 통증이 있었던 부위의 근육이 수축된어 양쪽 다리의 길이가 짧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것 역시도 유연성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걸으니 반대쪽 다리에도 무리가 생겨 결국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왔습니다. 그래서 계단을 오를 때 아팠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또한 원래 아팠던 왼쪽 종아리와 발바닥이 근육이 뭉쳤을 때 누르면 아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주 만져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생각이 나는 순서대로 적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빠진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음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더 늦어지기 전에 미리 올립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