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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이겨내기] 재입원, 그리고 이어지는 극심한 통증

vegandent 2014. 1. 9. 20:45

하여간 이틀간 샤워가 금지라서 8월 6일 토요일에 샤워하러 들어갔다. 머리도 한동안 못 감았기 때문에 먼저 두피 스켈링으로 머리 마사지를 하고 옷을 벗고 샤워기 물을 틀었다. 머리를 헹구기 시작한 찰나 나는 재채기와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화장실 바닥에 쓰러졌다!

"아......으...........으..................아...................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아팠다. 머리는 헹구다 말고 샤워기 물을 잠그고 몸은 닦지도 못하고 나체 상태로 거의 기어서 침대 위로 올라갔다. 고통은 계속 이어졌다. 무릎을 굽혀도 아팠고 다리를 쭉 펴도 아팠다. 옆으로 누워도 아팠고 바로 누워도 아팠다. 손으로 감싸도 아팠고 떼도 아팠다. 그냥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 으............아...........아악!!!!!......으.....................아.......아아아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물과 괴성만 나올 뿐이었다. 간신히 전화기를 집어 들고 병원으로 전화했다. 나는 거의 울먹였다.

"저....얼마 전에 신경성형술을 받았는데요....으....샤워하다가....아....재채기하다가 너무 아파서 쓰러졌어요...으....어떻게 해요...? 아....."

"아 네...저희 진료가 오늘 조금 늦어질 것 같으니 지금이라도 오실 수 있으시겠어요?"

"...으...네... 갈게요..."

병원에 가야만 살 것 같았다. 결국 침대에 누워 끙끙거리다 겨우 옷을 챙겨 입고(물은 닦지도 않았다. 침대에서 뒹굴면서 이불에 다 스며든 듯.) 장우산을 지팡이 삼아 겨우 택시를 잡았다. 저번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U자형으로 밑에 바퀴 달린 보조기구가 생각이 나서 방에 펼쳐 놓은 빨래건조대를 지팡이처럼 사용할까 했는데 바퀴가 없고 부피가 너무 커서 불편했다.

병원에 도착했다. 2층으로 올라갔더니 침대에 잠깐 누워 있으라고 했고 곧 MRI를 찍으러 이동했다. MRI 기계 안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참기가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소음 방지 차원에서 헤드셋을 착용시키는데 이곳은 음악을 틀어주지 않아 다른 곳에 집중을 분산시키기도 어려웠다.

촬영이 끝나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조금 있다 처음 보는 원장님이 디스크가 터진 것 같은데 수술해야 할 것 같다며 부모님과 상의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러겠노라고 답을 하고 잠깐 누워 있다가 직원이 어쩌시겠냐고 묻기에 입원은 안 하고 그냥 집으로 간다고 했다. 직원은 돌아갔고 나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몇 발짝 걸었을까. 통증이 또 밀려왔다.

"저...아...저기요. 저 입원해주세요..."

정신도 없고 한국어지만 분명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내 뜻은 제대로 전달했고 이내 나는 병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병원 생활의 단편적인 모습은 트위터에 적은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2011.08.06
통증이 심해 눈물을 흘리고 괴성을 지른 건 오늘이 처음이다. 새로 찍은 MRI의 소견은 상태가 더 안 좋단다. 한 곳이 더 터져 흘러내렸단다. 이놈의 학교는 왜 쉴 기회를 안 주냐고!!


도저히 기숙사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 즉석에서 입원하기로 결정했다. 빠르면 월요일에 수술하자는데 옆에 환자가 오늘 수술받기 전 설명듣는 거 엿듣는데 엄두가 안 난다.

척추병원 입원실에는 식사 시간이면 특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서서 밥을 먹는다는 것. 허리 때문에 앉을 수 없어서인데 동생은 침대가 더러워질까 봐 그러는 줄 알았단다. 병원밥은 참 맛이 없다. 여기 직원식당도 비슷할까?

병원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주변에 전부 비슷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그 아픔을 정말 모르는데 이 사람들과 얘기하면 공감이 되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또 상태가 더 심각한 사람도 많아 상대적으로 안심이 되는 듯.

닝겔 뺀지 얼마나 되었다고 통증 재발생. 화장실 갔다가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간호사 불러 진통제 놔달라고 부탁했다. 엉덩이 주사 한 방. 다시 못 돌아올까 봐 양치하러 가지도 못하겠다. 6인실은 참 덥다...

2011.08.08
등만 붙이면 코를 골며 잠드는 나인데 왜 입원실에만 있으며 잠이 오질 않는걸까. 주위 아저씨들은 코를 골며 푹 잠들었는데.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생지옥을 두 번 경험했다. 태풍이 불어 허리가 더 아픈가?

여기 계신 분들 척추는 안 좋을지 몰라도 양치질 습관은 좋은 듯. 식사 후 담배 한 대 피고(?) 바로 양치하러 간다. 나만 침대에 그냥 드러누웠다. 걸어갈 수 없어서 그렇지만..

병동에 미장원에 있는 체어가 있어서 일주일 만에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진통제 안맞고 버텨보려고 노력 중인데 이제는 발이 화끈거린다. 신경 손상만 되지 않으면 좋으려만..

2011.08.09
디스크 터짐. 젠장. 그냥 아플 때 쉬었어야 하는데. 아프니 정신이 없어서 면담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왔다.

2011.08.10
진통제 없이 이제 화장실은 갔다 올 수 있는 정도는 되었는데 밥 먹느라 서 있으면 이내 통증이 온다. 주변 수술한 환자들이 다들 나보고 수술하라는데 꼭 이솝우화에 나오는 꼬리 잘린 여우 이야기 같아서 망설여진다.

결정을 빨리 내리지 않고 자꾸 미루니 병원에서는 못마땅할 듯. 입원실 꽉 차서 신환이 올 자리가 없으니 난 그냥 공간만 차지하는 잉여존재. 돈도 안되고. 근데 아파서 나가지를 못하는걸.


병원 생활은 좋았다. 아프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입원 3일까지는 닝겔로 진통제를 놔줬는데 그것을 맞고 있으면 통증이 좀 덜했다. 하지만 하루에 1개 그리고 3일까지만 줄 수 있다고 했다.
하루 치의 진통제가 끝나면 불안해졌다. 괜찮은 날도 있었지만 다시 끔찍한 통증이 되살아나 엉덩이 주사로 진통제를 맞은 것도 두 번이나 된다. 아무래도 계속 약에 의존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다음부터는 최대한 참으려고 했다. 새벽에 계속 깨서 혼자 끙끙거리며 밤을 지새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약이 없이 통증을 참아낼 수 있어야 증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고 퇴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병원에서는 회진을 돌면서 나보고 수술을 어떻게 할 거냐고 계속 물었다. 나는 모호하게 대답하며 보류했고 병원에서 눈치를 챘는지 정책상 장기입원은 가능하지 않으니 슬슬 퇴원을 하라고 압박을 줬다. 하긴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공간만 차지하는 나일론 환자가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로 인해 꽤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먼 거리를 여러 차례 왕복하신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기여코 오지 말라고 해도 찾아 준 동기들...다들 감사하다. 진심으로.

8월 6일(토) 재입원하여 8월11일(목)에 퇴원하게 되었다. 새끼 발가락이 벌어지지 않는 마비 현상이 생겨 아버지께서 급히 오셨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은 예전에 찍었는데 오른쪽 새끼 발까락은 '개구리 발가락'이 되는데 왼쪽 새끼 발가락은 벌어지지 않았다. 매번 발가락에 힘이 빠졌나만 체크했는데 깜짝 놀라 촬영해서 아버지께 보내드렸다. 마비 오면 수술인데 이제 때가 되었다 싶었다.





2011.06.09 허리디스크 진단받음 & Epidural block - 진주의료원
2011.07.18 Epidural block - 진주의료원
2011.07.25 대학교수와 면담 - 경상대학교병원 척추클리닉
2011.08.01 신경성형술 상담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02 신경성형술 시술 및 입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03 퇴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06 재입원 - 광주새우리병원
2011.08.11 퇴원 - 광주새우리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