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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이겨내기] 광주새우리병원과 인연을 맺다 - 신경성형술 Part II

vegandent 2014. 1. 9. 15:45
광주새우리병원 첫 방문 후, 다음날 오전 신경성형술을 하기 전에 거쳐야 할 검사를 받으러 다시 내원했다. 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X-ray 검사, 전기통증검사(전류인지역치검사로 수정)및 소변검사가 있었다. 

참고로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앞서 전기통증검사(전류인지역치검사)라고 한 것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려고 한다. 이 검사는 자신이 느끼는 통증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팔에 전기자극을 점점 세게 가해 자신이 허리디스크로 느끼는 통증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알려주어 비교적 정확하게 그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전기자극이 점점 가해질 때 살이 막 떨리자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다 아프기도 전에 손을 들었다는 것이고 내 통증이 기록상 과소평가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다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금방 손을 든 것이 좀 억울했다. 소심해서 다시 하자고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 ㅎㅎㅎ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간호사가 와서 닝겔을 맞히고, 이번에는 항생제 반응 검사를 한다며 피부에 얇게 주삿바늘을 회 뜨듯 꽂고 약을 주입하는 제법 따꼼하고 불쾌한 검사를 했다. 소변 검사를 끝으로 모든 검사를 마치고 '금식'이라는 팻말이 적힌 쇠막대기만 바라보며 시술을 기다렸다.


시술 후에는 "수류탄"처럼 생긴 무통이 달려있다.



곧 있으니 내려가자며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고 나는 다른 침대로 옮겨져 가만히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이동했다. 수술하는 것도 아니고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었지만 천장만 바라보며 이동한 것은 처음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장면과 비슷했지만 다만 차이점이라면 직원은 전혀 바쁜 것이 없어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고, 내 코와 입에는 산소마스크가 없었으며, 이동하는 내내 내 손을 붙잡고 걱정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TV가 이렇게 사람을 망친다...

수술방처럼 생긴 문 앞에서 내 침대는 멈췄고,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가만히 누워 대기했다. 나의 신경성형술을 담당할 김달용 원장님이 이리저리 다니시기에 인사를 나눴다. 금방 시술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계속 지연되기에 이건 뭔가 싶었는데, 직원이 와서 환자분 보호자분께서 오셔서 원장님과 상담 중이시니 끝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보호자? 보호자가 있을 리가 없는데? 뭐지??'

나중에 알았지만 아버지와 동생이 급히 광주로 와서 담당 원장님과 상담하느라 시술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었다.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렸다.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예전에 다투면서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시더니 내가 정작 뭔가 결정을 내리니 왜 이제 와서 뒷북인가 하고 화가 났다. 어제 내가 집에 전화드렸을 때는 아무런 말씀 없으시더니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러나 싶어 정말 원망스러웠다. 정작 내게는 한마디 말씀도 없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들이 걱정되어 아버지의 방식대로 사랑과 관심을 나타내신 거였지만, 당시에는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나도 성인이고 내가 결정할 권리가 있는데 왜 바로 시술해 줄 수 없느냐고 직원에게 말했다. 나 때문에 준비 끝내놓고 마냥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워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여러 번 사과했다. 나도 치과병원에서 어시스트하거나 하기 전 마냥 서서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미안했다.

상담이 끝나고 이미 근무 시간이 훌쩍 넘은 때에 비로소 신경성형술을 시작하였다.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올라 배를 깔고 엎드린 후 시술을 위해 엉덩이를 까고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마쳤다. 직원들이 호흡을 맞춰 시술을 위한 준비는 금방 끝났다.

등을 위로한 채 머리 위까지 오는 포가 나를 덮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되었고, 과정을 지켜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여 온몸의 촉각이 매우 섬세하고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말을 해줘서 국소마취처럼 갑자기 놀랄 수도 있는 상황을 잘 넘겼다. 나머지는 자기네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속삭였고 나는 내 엉덩이에 관이 꽂힌 채 가끔 들려오는 "라테랄 라테랄"이라는 소리에 집중했다. 뭔가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자, 이제 약 들어가는데 좀 아픕니다~"

'훗. 뭐 국소마취처럼 잠깐 뜨끔하겠지 뭐 얼마나 아프겠어.'

!!!!!!!!

착각이었다!

살다살다 그런 아픔은 처음 느껴봤다. 난 허리디스크로 아픈 것이 내가 겪은 고통 중 제일 아픈 줄 알았다. 심지어 어렸을 때 '고래잡은 것' 마취가 풀렸는데 발기가 되었을 때나, 그 부분 봉합이 잘 안 되어 응급실에서 마취 없이 실로 꿰맸을 때도 이번에 비하면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진짜 놀라 기절하고 소리칠 뻔했다. 침대를 손으로 꽉 붙들고 혼자 끙끙거렸다.

"하핫;;;; 괜찮아요....우으읏"

어금니 꽉 깨물며 애써 태연한 척 말은 했지만...

몇 번 약이 더 주입되었고 그때마다 통증은 나를 고문하는 것 같았다. 자극이 반복되면 좀 무뎌져야 할 텐데 그것은 더 잔인하게 날 괴롭혔다.

"자.. 거의 다 끝났습니다. 이제 카테터 자르고 고정하면 끝납니다~"

원장님의 그 한 마디가 어찌나 달콤하던지...

"이거 울고불고하는 사람도 많은데 진짜 잘 참으시네요~"

옆에서 보조하던 사람이 말했다.

"뭘요~ 미리 알려주니 그래도 할 만하던걸요."

개뿔. 내일 또 약 넣어야 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몸서리쳤는데. 나를 덮고 있던 포를 치워내자 갑자기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어이구~ 이 땀 좀 봐.. 진짜 많이 아프셨나보다. 참지 말고 말씀하시지~"

천으로 축축하게 젖은 내 등을 닦아줬다. 이제야 비로소 정말 끝났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 몸에 심어 놓은 특수관이 자리에서 이탈하면 안 되기 때문에 움직일 때 최대한 조심하라는 주의사항을 듣고 아까 타고 왔던 침대에 누워 잠깐 쉬다 혈압 체크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프고 잘 모르겠지만 퇴원할 때면 내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질까....?'

나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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