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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이겨내기] 광주새우리병원과 인연을 맺다 - 신경성형술 Part III

vegandent 2014. 1. 9. 20:34

부제: "요추 5번-천추 1번 허리디스크 신경성형술 시술 후 상태 및 퇴원하기까지"

시술이 끝나고 침대에 실려 병실로 돌아왔다. 2시간은 화장실도 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당부했다. 어차피 내 허리에 먹먹하게 박힌 특수관(카데타)이 혹여나 제자리에서 이탈할까봐 내일 오전까지 그대로 누워 있을 생각이었다. 어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느낌이 참 이상했다. 국소마취를 한 부위가 아픈 왼쪽 부위라서 그런지 똥꼬에 힘을 줘도 오른쪽만 수축하고 왼쪽은 반응이 없었다. 아무리 힘을 세게 줘도 왼쪽 괄약근 부위는 깜깜무소식이었다. 겁이 덜컥 났다.

'아까 시술 전 배가 좀 아팠는데 이거 나도 모르게 뿌직 싸버리는 거 아니야?'

가장 먼저 든 걱정이었고, 그 정도는 심각했다. 점심을 뷔페에서 잔뜩 먹었고 아직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갔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게다가 예전에 급성 장염에 걸려서 방귀인 줄 알고 방심했다가 나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대로 의자에 앉은 채 실례를 했던 경험이 없었더라면 그깟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런 건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찾아오는 법이다. 다행히 우려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닥친다고 했던가? 이어지는 것도 역시 다소 민망한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중대한 문제였다. 어쩌다 내 손이 나의 상징을 무심코 지나쳤는데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내 손은 물체가 닿는 감촉이 정상이었지만 그 반대는 아니었다. 일방통행이었다. 아까 움직이지 말라는 당부는 까맣게 잊고 고개를 숙여 눈으로 보며 다시 확인했다. 그냥 고무 만지는 느낌이었다.

'혹시 부작용? 남자로서 내 인생은 정녕 여기서 끝인가? 힘도 전혀 안 들어가네...소변은 어떻게 보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은 금방 흘렀다. 간호사가 와서 몸 일으키는 방법을 알려줬다. 데구루루 반 바퀴 굴러서 엎드린 채 다리를 먼저 바닥에 짚은 후 손으로 침대 기둥을 잡고 밀며 천천히 일어서라고 했다. 힘들게 스스로 일어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깜짝 놀랐다. 시술받으면서도 놀라고 병실 와서도 세 번이나 놀라고 정신적으로 이미 많이 지쳐버렸다. U자 형태로 생겨 밑에 바퀴가 달린 보조기를 질질 끌며 화장실로 갔다. 소변은 서서 보면 자칫 일을 저지를 것 같아 양변기에 앉아서 처리했고 퇴원할 때까지 그렇게 했다.

새벽에는 잠자리가 불평해서 3시쯤 깼다. 남들은 코를 골며 자는데 혼자 깨어 있는 것은 처량했다. 아침에 일찍 눈을 떴고 식사가 들어왔는데 희안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환자들이 다들 서서 밥을 먹었다. 보호자는 침대에 앉고! 아무래도 척추전문병원이라 특이했다. 환자들은 허리가 아파서 앉을 수가 없으니...


기내식과 병원식은 맛은 없어도 환상이 있어 기대하게 된다.



오전에 2층에 내려가서 약을 한 번 더 주입하고 몸에 심어 둔 카데타를 제거하고 시술은 완전히 끝났다. 전날 했던 전기통증검사(전류인지역치검사)를 또 했는데 아무래도 before & after를 하려나 싶었다. 가만히 누워만 있었고 거의 움직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통증을 느낄 겨를도 없었고, 테스트에서는 거의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얘기하고 퇴원수속을 밟았다.

걸을 때도 혹시 아플까 봐 정말 조심했다. 이제 이 병원은 일주일 후 follow up만 하면 인연을 끊을 생각이었다. 아니... 그러길 진심으로 바랐다.

허나 하늘은 무심했다. 누가 알았겠나. 그보다 훨씬 전에 병원을 다시 찾게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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