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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이겨내기] 대전우리병원에서 받은 허리디스크 수술 Part II

vegandent 2014. 1. 9. 20:55

부제: 좀 덜 생생한 내시경 수술로 한 허리디스크 수술 경험담

이제 허리디스크 수술한단다. 비닐로 포장된 저렴한 일회용 속옷을 주면서 이걸로 갈아입고 준비하라고 했다. 곧 수술실로 이동했다. 이제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이동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부모님의 눈빛에는 걱정이 역력했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나 역시 많이 긴장했다. 허리디스크 수술 부위는 요추 5번 - 천추 1번이었고 정식 수술명은 i-PERA(Percutaneous Endoscopic Radiofrequency Annuloplasty)였다. 'i'는 무엇을 뜻하는지 못 물어봤다. 병원에서 준 책자에는 한글명칭으로 '내시경-고주파 디스크 제거술'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시경-고주파 디스크 제거술이란?

부분마취 또는 국소 마취하에서 최소 피부절개로 내시경과 레이저 그리고 고주파열을 이용하여 탈출된 디스크를 미세하게 제거하는 첨단 디스크 치료법입니다. 정상적인 뼈, 인대, 근육을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빠르며, 후유증이 적습니다. 국소마취하에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시술합니다. 수술 후 흉터가 거의 없습니다. 유착이 적어 재발시 치료가 용이합니다.
발췌: 대전우리병원 환자수첩

미세현미경 수술처럼 전신마취를 하면 통증도 없이 자고 일어나면 수술이 끝나있으니 좋겠다 싶었는데, 국소마취를 했고 감각과 통증은 남겨뒀으니 놀라지 마시라고 했다.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신경성형술 하면서 끔찍했던 고통이 생생히 떠올랐다. 마취 후 알코올 솜으로 감각 차이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고 하자 수술대로 이동하여 수술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옆구리를 푹푹 찔렸는데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물론 실제보다는 둔하게 느꼈지만 아팠다. 아까 설명할 때 먼저 옆으로 접근하고, 시야가 막히면 뒤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건가 싶었다. 신경 건드리면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는 것도 경험했고, 전기 실험당하는 개구리 뒷다리처럼 다리가 벌떡 들리기도 했다. 다음 과정이 어찌 되나 몰라 상상의 나래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내가 너무 긴장해서 중간에 안정제도 맞았다. 살짝 헤롱~ 하는 것 같더니 이내 호랑이 굴에 들어가 살아남기 위한 사람처럼 정신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수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 다 되었다는 박철웅 원장님의 말씀에 긴장이 확 풀렸고, 내시경이 들어갈 정도로만 절개된 내 피부를 봉합하는 의사 손끝의 감각을 느긋하게 즐겼다. 봉합이 끝나자 사람들이 나를 둘러싼 후 밑에 깔린 것을 스~윽 잡아당겨 침대로 옮겨줬다. 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움직였다가 혹시 아픈 것을 발견해서 수술 결과에 대한 희망이 벌써 무너지고 좌절하고 싶지 않았다.

따로 회복 시간은 없었고 바로 병실로 돌아왔다. 4시 반에 들어가 5시 45분 정도에 돌아왔으니 내가 체감한 것보다는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았다. 수술 후 4시간은 금식이고, 그때 소변을 보면 물은 마실 수 있고 2시간이 더 지나고 유동식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럼 9시 45분에 소변을 보고 밤 11시 45분에 죽을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너무 늦어 차라리 굶고 자는 것을 선택했다. 수술 후 첫끼는 유동식을 먹어야 해서 내일 아침은 죽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수술 1시간 후
발가락 저림은 있지만 허벅지랑 엉치 쪽에 통증이 없으니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

수술 4시간 후
허리보호대를 착용하고 소변보고 오란다. 화장실까지 움직이는 데 통증이 없으니 살 것 같다!! 수술한 부위는 먹먹하고 통증이 좀 있다. 소변 색깔이 특이했다. 변기 색깔 때문인가 하여간 소변이 푸른색 또는 녹색으로 보였다.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잘못 봤을 거란다. 허허...이제는 착시현상도 일어나는구나.

수술은 잘되었다고 했고 내일 오전에 MRI 한 번 찍고 원장님이 회진 돌면서 다시 알려줄 거라고 했다.

'휴...이제부턴 편히 잘 수 있겠구나.'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행복했다. 고통 때문에 새벽에 뒤척이고 밤을 지새우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나는 무통 기계가 나 아프지 말라고 약을 투입하며 만들어내는 자그마한 소음을 자장가 삼아 금방 잠들었다.


사각형 녀석이 "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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