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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아기와 함께 한 3박 5일 괌여행] 출국부터 난관에 봉착

vegandent 2013. 12. 15. 22:45

여행을 떠나기 전, 아니 애초 계획을 세울 때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1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기와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애시당초 무리가 아닐까. 경험자의 말에 따르면 가서 실컷 고생만 하고 온다는데 괜히 거금을 들여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걱정이 앞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랑스런 우리 아기를 두고 갈 수는 없는 법. 비교적 가까운 괌으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일주일 만에 항공편과 호텔을 구해서 바로 떠나야 하는 악조건이라 어쩔 수 없이 여행사를 끼고 여행을 가야했다. 하늘이 보기에도 그런 우리가 딱했는지, 롯데관광을 통해 PIC 골드카드를 예약했는데 방이 없어서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하얏트 디럭스 룸 상품으로 바꿔주겠다고 해서 더 나은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하얏트 □ [오후 5일] 괌【하얏트】+디럭스UP+호텔식+선셋BBQ1회)


항공편과 호텔은 돈으로 어떻게든 해결이 되지만 문제는 어떻게 아기와 함께 이동을 하느냐였다. 인천공항까지 직행으로 가는 리무진을 타더라도 4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그 시간에 아기가 잘 견뎌줄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무거운 짐을 들고 번거롭게 KTX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또 공항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국내선 항공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 인천공항 가는 것도 무리였다. 마지막 남은 옵션은 자가운전. 자가운전 역시 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아기 컨디션에 따라 이동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뜩이나 비싼 기름값에, 톨게이트 비용에, 인천공항 단기주차장에 며칠 주차하는 비용에, 직접 운전해서 왔다갔다 해야 하는 노동까지 사실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인천공항으로 떠나기 전, 아무래도 타이어도 마모가 많이 되었고 상태가 좋지 않아 위치교환이라도 하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위치교환은 의미가 없고 빠른 시일내로 새걸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수리공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출발했다. 


출발한지 40분이나 되었을까. 


갑자기 카시트에 앉은 아기가 목놓아 울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는 먹을 것으로 달래보기를 시도했지만 아기는 울음을 멈추기는커녕 악을 쓰며 울다가 급기야 차안에서 토해버렸다!! 차안은 구토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렸고 우리는 멘붕이 되었다!!! 차를 세우고 상황을 정리한 후 내가 뒤에서 아기를 보기로 하고 며칠 무리하여 힘든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여행의 설렘은 어디로 가고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_-


컨디션 최악으로 예민해진 아내. 게다가 운전까지 해야 하는 상황. 과연 쉬러 가는 것이 맞는지...ㅠㅠ


울다 지쳐 품에서 잠든 아기. 내가 널 고생만 시킨 것은 아닌지 미안하구나.


도착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쉽게 적히는 것이 야속할 정도로 진짜 고생해서 겨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마 여행 중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인천공항까지 운전해서 올라간 것이라고. 집이 서울권이라 인천공항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면 여행이 훨씬 수월하겠지만 멀리 지방에 사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려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두 모녀.


단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어디가 여객터미널과 가장 가까운지 몰라 주차하고 걸어오는데 날씨도 엄청나게 추워서 또 한 번 고생 ㅠㅠ) 롯데관광 미팅장소에서 필요한 것들을 전달받은 후 체크인을 했다. 나름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베시넷 좌석은 마감되었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만석이 아니라서 가운데 좌석을 블락 지정해줘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우리 딸 덕분에 일이 참 쉽게 잘 풀린 것 같다. 

보딩까지는 시간이 넉넉하게 있어서 면세점 구경을 하다가 아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나 샀다. 작년에는 내가 시험 준비하느라 바빠서 챙겨주지 못해 너무 미안했는데 올해는 챙겨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밝은 아내의 얼굴을 보니 오전에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V


미리크리스마스~ 아기는 엄마 품속에서 꿈나라로~


대합실에서 마냥 신난 우리 아기~


Gate 6


뱃속에 있을 때는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태어난 후로는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우리 아기는 마냥 신이 나서 자리에 가만히 있을 줄을 몰랐다. 이착륙 시에 귀가 멍멍해지면 아기들이 울 수 있다고 해서 이륙 전에 미리 젖병에 분유를 타서 물렸는데 정말 편안하게 있는 아기가 신기했다. 다른 아기들이 칭얼거리는데 얌전히 있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신기한 우리 아기.


금세 적응하여 엄마랑 장난도 치고


기분 최고!!


매번 해외여행 때 저가항공사만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서비스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예전에는 땅콩 하나도 받을 수 없어서 한이 되었는데 땅콩과 맥주를 마음껏 즐기며 가슴 깊숙히 묻어 있던 한을 풀었다. 무엇보다 가장 감탄했던 것은 아기용으로 나온 기내식이었다. 우리는 아내가 직접 싸온 이유식을 먹여서 기내식으로 나온 것을 먹이지는 않았지만 내용물이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따로 보관했다가 여행 중에 굉장히 요긴하게 쓰였다. 


감탄사가 튀어 나온 대한항공 아기용 기내식 식단


딱히 맛은 없어도 항상 기대되는 기내식


후식까지 +_+


운전해서 올 때와는 달리 양쪽에 엄마, 아빠가 있어서 그런지 아기가 떼쓰거나 보채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며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었다. 괌에 도착할 무렵 승무원이 입국 신고서를 나눠줬는데 작성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 꽤나 번거로웠다. 도착하면 최대한 빨리 내려서 입국 절차를 받으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서두르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열 손가락 지문을 다 찍고 얼굴 사진까지 찍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세 장이나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운 입국절차


우리 아기가 곤히 잠들었어요~


앞서 말했지만 공항까지 가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비행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가운데 좌석이 비어서 편하게 온 점이 컸겠지만, 만약 비행기가 만석에다 베시넷까지 없었다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나의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여전히 아기와 함께 하는 여행을 선택할 것 같다.